제도학파institutionalist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인 경제학의 범주인 지대, 이윤, 노동비용 등을 벗어나, 사회의 법, 제도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토스타인 베블런은 구제도학파의 거장으로서, 마셜의 수요법칙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는 증가한다)과 노동자는 오로지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할 뿐이지, 일 자체가 좋아서 일하지는 않는다는 신고전학파 neo-classical school의 주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현실성 있고 적용가능한 경제 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경제학자들은 사회학자, 인류학자, 심리학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야 한다고 베블런은 주장했다.
베블런의 그의 첫 저서인 [유한계급론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 '제도의 경제학적 연구 An Economic Sutdy of Institutions'에서 수요에 관한 신고전학파 모형을 강하게 공격했다.
생존 본능과 자기보호 본능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그러나 인간은 발생 초기부터 사유재산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 하기 시작했다. 약탈자는 부와 지위를 동시에 얻었으며, 점차 어떤 방법으로 재산을 얻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베블런에 의하면 땀과 노동으로 억척스럽게 재산을 늘린 자는 존경의 대상에서 제외 되는 반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부를 수동적으로 획득한 자야말로 존경과 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는 모방의 대상이 되며, 그리하여 '유한계급'은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땀 흘리는 자는 평범함과 나약함의 상징이며, 힘 안 들이고 성취하는 자야 말로 진정한 실력자다.
베블런은 '현시적 여가conspicuous leisure' 뿐만 아니라 '현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 도 강한 비난을 하였다. 현대문명은 현시적 소비자들로 넘쳐나는데,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옷 상표는 언제나 옷 안에 감춰져 있었지만 오늘날 디자이너 이름이나 로고가 옷 이나 가방 바깥에 보란 듯이 찍힌 것이 그 예이다. .
베블린 이론이 경제학에 첫 적용된 사례는 1950년 라이벤스타인 교수가 "베블런 효과"를 언급하면서 부터이다. 마셜의 수요법칙은 일반적으로 타당하게 적용되지만, 특정 재화의 경우 해당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재화를 '베블런재' 라 부른다. 배블런제의 경우 '남들이 인정하고 수용할 만한 그 상품의 가격' 즉 현시적 가격 conspicuous price에 따른다. 만약 샤넬 핸드백의 가격이 떨어져 아무 시장에서나 흔하게 될 경우 그 수요는 감소할 것이다.
기업인들은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상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외형만 그럴싸한 제품을 광고로 위장하여 현시적 가격을 올리기에 주력한다. 베블린은 이를 시간과 재능의 낭비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본능적 창조 의욕, 장인정신을 높이 샀다. 그러나 현시적 여가와 현시적 소비가 사회를 부폐시켜 창조의욕은 상실되었다. 베블런 시나리오에서 경영자는 악이요, 기술자는 선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술자들만이 창조와 생산의 욕구를 지녔으며 그들을 통솔하는 경영자들은 창조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경영인들의 관심사는 현시적 소비에 있고 그들에게 있어서 생산의 목적은 오직 돈을 버는데 있다.
베블런은 20세기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기술자들의 위상이 급격한 부상할 것이며, 자본주의 철학의 기반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엔지니어들과 가격제도 Engineers and the Price System]에서 베블런은 기술자들이 경영인을 쫓아내고 공장과 회사를 장악할 가능성에 대해 전망했지만 새로운 지도자들이 경영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베블런의 전망은 세월이 지나 신빙성을 잃고 있다. 많은 기업의 총수들이 공학 실험실에서 근무의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술자들이 기업 경영을 통한 개인적인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상당부분 불합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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